얼마 전
파란 블로그 스페이스의 무단 스크랩 기능으로 블로고스피어가 시끄러웠는데, 이번에는
어떤 네이버 블로거가 유명 블로거 ‘그만님’의 글을 무단 도용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원래 그만님이 올린 “말하기 싫게 만드는 말 10”이라는 포스트 자체가 대중적으로 꽤 어필할 수 있는 글입니다. 네이버의 취향에 맞는 글이죠.
무단 도용한 네이버 블로거는 그만님을 글을 편집하고 글꼴까지 예쁘게 데코레이션해서 게시를 했습니다. 무단 도용된 글은 네이버의 초기 화면에 소개가 되었고, 해당 블로그는 엄청난 조회 수를 올리고 있습니다.
제가 본 시점에서 덧글 278개가 달려 있었습니다. 물론 덧글의 대부분은 “담아갑니다” 또는 “퍼갈께요”입니다.
글을 무단 도용한 네이버 블로거는 명백하게 잘못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만님은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자신이 설정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Creative Commons License)”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건은 하단과 같으며, 제 개인 블로그인 피플웨어 그리고 스마트플레이스에 게시되어 있는 내용과도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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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조건하에서 복사, 배포, 게시가 자유롭게 가능합니다.
1. 저작자 표시: 저작자와 출처를 명확히 표시해야 합니다.
2. 비영리: 비영리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변경금지: 저작물을 변경할 수 없습니다.
만일 위의 조건 중 일부라도 침해한다면, 반드시 저작자의 사전 허락을 얻어야 합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사이트의 설명 페이지를 참고하십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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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네이버 블로거는 저작자를 표시하지 않았고 또한 저작물을 변경하였습니다. 일단 영리적인 목적은 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을 논외로 치더라도 라이센스의 세 가지 항목 중 적어도 두 가지는 명백히 어긴 것입니다. 상당한 고의성이 있으며, 또한 그만님의 항의 덧글도 삭제하였습니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네이버의 책임 한계와 해야 할 일
남의 글을 무단 도용한 것은 해당 개인의 잘못이나 그런 글을 포탈 초기 화면에 게시한 것은 네이버의 잘못입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해당 글이 무단 도용인지 아닌 지를 판단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블로그 글의 저작권 문제가 자사 블로그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인지되고 있지 못한 것은 네이버의 잘못입니다. 즉 저작권을 침해하는 글이 올라오지 않도록 네이버가 성실한 노력의 의무를 다했는가?라는 질문에, 네이버는 “그렇다”고 답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네이버는 무단 도용된 글을 초기 화면에 게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무단 도용된 글을 프로모션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포탈 블로그의 특성상 펌글이 아주 많습니다. P2P SW 업체들이 자사의 SW를 통해 유통되는 불법 컨텐츠에 대해 책임을 회피할 수 없었던 것처럼, 네이버 또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네이버와 같은 포탈 업체들은,
1. 법을 검토하여 블로그 글의 저작권과 관련된 내용을 명확하게 약관에 명시하고,
2. 자사 블로그 운영자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하고 인지여부를 확인해야 하며(동의를 얻음),
3. 블로그에 글 등록 시 펌글 여부를 설정하는 항목을 두어 고의적인 무단 도용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네이버와 같은 포탈 업체들은 성실한 책임을 다하고, 사용자는 무단 도용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서 자기 책임하에 “선한 블로거”로 활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주장이 자율성을 침해하는 복잡한 원칙을 만들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예를 들면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만 잘 지켜도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최소한의 원칙을 만들고 그것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만이 진정한 자율성을 얻고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건의 교훈은 바로 그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