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린 이슈 - 한국판? 또는 한국형? 웹 2.0 서비스



PRAK님의 출사표


11월 26일 PRAK님이 만든 마가린이 공개되었다. 작은 실험을 시작한다는 선언과 함께, 마치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이 출병하면서 쓴 출사표와도 같은 장문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시하였다.  

개인적으로 전에 PRAK님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의 성품으로 짐작해보건대, 해당 출사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근거림, 즐거움, 겸손함, 자신감, 걱정 등의 복합적 감정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마가린에 대한 성원

용기도 재능의 일부이다. 어쨌든 척박한 국내 웹 환경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오픈한 것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서비스 오픈 직후 블로그스피어의 반응도 호의적이어서 다음과 같은 성원의 글들이 연달아 게시 되었다. 일부만 링크 걸어 보겠다. 

마가린(mar.gar.in)에 웹을 비벼 먹자 
mar.gar.in 을 내 블로그에 넣자 
한국형 딜리셔스 "마가린(mar.gar.in)"오픈 

마가린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일단 PRAK님의 네임밸류 덕분에 사람들이 호의적임을 알 수 있고, 자세한 사용법까지 직접 캡처해서 소개하거나 응용 방법을 찾아내는 정성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호의적인 여론 뒤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는 법. 곧 이어 다음과 같은 까칠한 글들이 올라오기도 하였다.

Mar.gar.in 유감.. 
마가린(mar.gar.in), 또 하나의 미투 서비스 
카피서비스가 좋은건가? 

마가린에 대한 이용자들의 인식을 다각도로 알 수 있기에 이렇게 스토리텔링으로 소개해 보았다.

마가린의 입소문 마케팅

마가린 서비스 공개 이후 현 시점까지 올블로그에 피드된 마가린 관련 포스트 개수는 대략 40개 정도이다.

PRAK님의 입소문 마케팅 기술들, 예를 들면 서비스 오픈 시 퀴즈를 내고, 마가린이 소개된 포스트에 일일이 모두 찾아가서 덧글을 달고, 오픈 후 36시간/60시간 단위로 감상을 밝히는 등의 노력을 통해 마가린에 대한 블로거들의 관심을 잘 유발했고 현재도 잘 유지하고 있다. 물론 오픈된 지 일주일도 안 된 서비스이므로 현 상황에서 성패의 판단은 할 수 없다. 단지 좋은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마가린이 안고 있는 문제점

마가린이 성원을 받고 있는 이유는 사실상 딱 하나다. 국내에서 가뭄에 콩 나듯이 나타나는 “신규 웹 2.0 사이트”라는 것이다. 그 외에 비즈니스 모델, 사이트의 기능, 기술 등 그 어떤 것에서도 딜리셔스에 비해 별다른 차별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물론 PRAK님 스스로 카피가 컨셉임을 밝히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필자는 여전히 이 부분이 아쉽다.)

그리고 마가린의 근본적인 문제점 또한 명백하다.

마가린은 현재 회사(법인)에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가 아니다. 어떤 팀에 의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으며, 파운더 스스로도 실험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극히 위험한 면이 있다. 적어도 마가린은 웹 2.0 서비스가 아닌가? 이용자들의 노력(사실은 노동의 대가)으로 서버에 데이터가 축적된다. 사실 즐겨찾기를 등록하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고 할 지라도 귀찮은 일이고, 그렇게 모인 정보들은 이용자들의 소중한 자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의 영속성을 개런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용자들의 사용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모한 측면이 있다. 그것은 비즈니스적인 서비스라고 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는 갑자기 서비스가 폐쇄될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며, 그것은 서비스 확산의 큰 결함이 될 수 있다.

물론 이용자들의 반응이 좋으면 법인화되고 서비스의 영속성을 공지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는 아니다. UCC는 이용자들의 자료이다. 이 부분에 대한 이용자 중심의 사고가 아쉽다. 그러한 이유로 인해 필자라면 이용자들의 사용을 독려하기에는 조금이라도 불편한 마음이 있을 텐데, 이에 대한 PRAK님의 고견을 듣고 싶다.

카피 서비스조차 참 귀한, 국내 웹 현실

위에서 밝힌 내용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마가린은 단지 카피 서비스 이상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PRAK님이 출사표에서 밝히는 그런 마가린 서비스 자체의 의미를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미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중국보다 더 뒤쳐진 국내 웹 2.0 비즈니스 환경의 관점에서 밝히는 의견이다.

국내 웹 환경이 처한 현실은 다음과 같다.

1. 네이버, 다음 등의 상위 포탈이 국내의 거의 모든 인터넷 트래픽과 매출을 장악하고 있다. 물론 그것 또한 시장의 한 형태이며 모두 나쁜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이유로 작은 인터넷 업체들이 무언가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명백하다. 이것은 마치 MS vs. 작은 S/W 업체, 블록버스터 영화 vs. 독립영화와 같은 구조이다.

2. 스타트업(start-up) 컴패니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탈이 없다. 투자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실리콘밸리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일정 수준의 성공을 증명하지 못하면 어떤 투자도 받기 힘들다. 또한 투자를 받는다고 할 지라도 그리 넉넉한 금액이 못 된다.

3. 벤처에 승부를 걸려는 고급 인적자원이 아주 부족하다. 비즈니스맨도 부족하고 기술자도 부족하다. 닷컴시절의 충격은 아직도 상처로 남아있다. 업계에 대한, 또한 상호간의 신뢰감이 없다. 10년 이상의 경력자들은 전직을 했거나, 대기업에서 입사한 케이스가 많다. 현재의 안정된 직업을 때려 치고 척박한 벤처 비즈니스에 뛰어들 사람은 극히 소수이다. 이미 한번 호되게 당한 뒤가 아닌가? 그렇다고 현재 국내 웹 환경에서 그다지 승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네이버, 다음은 이미 인터넷 업계의 대기업이다. 그래서 실험 정신이 아무래도 부족하다. 참신하고 다양한 서비스가 만들어지려면 새롭게 회사를 만들고 사람들이 모여 시작해야 하는데, 투자되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국내에서 창조적인 서비스는 커녕 “카피 서비스”조차 잘 만나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가뭄에 콩 나듯이 새로운 사이트가 나온다. 스마트플레이스에서 소개하려고 해도 참 소개할 업체들이 없다.

그런 현실에서 우리가 최근 만나는 것은 마가린, 뉴스 2.0 등과 같이, 비즈니스라기 보다는 실험 정신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들이다. 비즈니스를 고려하지 않고 기능을 구현했을 뿐이다. 하지만 마가린, 뉴스 2.0 같은 사이트들이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 후에는 이런 실험조차 거의 만나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우리에게는, (그것이 비록 카피 서비스일지라도) 마가린의 등장이 정말 소중하다. 마가린 실험이 잘되어서 용기를 얻는 플레이어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플레이어들이 많아지면, 보다 참신한 서비스, 한국적인 서비스, 해외에도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서비스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쉬운 길은 아니지만, 우리가 가고 싶은 길이고 가야 하는 길이다. @

(작성자: 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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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K 2006-11-30 22:16:47     답글 삭제
바비님 안녕하세요.마가린을 이렇게 격려하고 성원해 주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적해 주신 국내외 여러가지 현실적인 문제점과 마가린같은 사이트가 우선 잘 되어야한다는 논리에 공감합니다.^^ 우리나라의 역동성이 이렇게 아스러져 가는 것만 같아 아쉬운 마음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다시 또 새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리라 기대합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와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우리같은 세대가 같이 만들어 간다면 더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마가린의 문제점으로 지적해 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만일 최악의 상황이 와서 더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된다고 해도, 예를 들어 제가 이승을 하직한다 해도^^ 소두마빈님과 남은 분들이 모든 마가린 이용자 분들께서 북마크를 다 가지고 딜리셔스나 여타 서비스로 이사하실 수 있게 도와드릴 겁니다.^^ 마가린이 추후 계속 한국형으로 바뀌어져 나가더라도 딜리셔스와의 호환성(compatibility)은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므로 마가린이 없어지더라도 딜리셔스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이용자 중심'에 대한 걱정은 놓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딜리셔스 마저 없어진다면 그때에는 '소셜'을 포기하고 웹브라우저의 즐겨찾기에 다 옮겨두고 쓰시면 됩니다.^^

마가린은 개방적인 서비스인데다, (다들 잘모르시지만^) 내부 로직이야 차이가 있다해도 겉모습은 아직 딜리셔스와 같은 모양입니다. 만일 마가린이 의미있는 비즈니스로 커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제 생각에 마가린은 보통의 한국 인터넷 이용자에게 소셜 북마킹이라는, 특히 딜리셔스라는 가치있는 서비스의 다양한 기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익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에 만족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을 우선 실험이라고 부릅니다.^^


바비님의 고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뵌지가 또 한참 지났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많이 바쁜 연말이실텐데 건강조심하시고 일간 또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p.s. 그런데 이거 입력창이 너무 작아 조금 불편하네요.^^
바비 2006-11-30 22:49:24     삭제
To PRAK님/ 피드백 감사합니다. ^^ 제 캐릭터상 까칠한 글도 있습니다만, 결론적으로 마가린이 잘 되어 여러 긍정적인 영향이 인터넷 비즈니스 전반에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용기있는 시작에 건투를 빌며, 아직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아이디어들의 구현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조만간 뵐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PS: 그리고 블로그 시스템은 12월 중으로 개편이 됩니다. ^^

PRAK 2006-12-01 11:35:57     답글 삭제
ㅎㅎ '이용자 중심의 사고'에 대한 오해가 좀 풀리셨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아이디어들은 cooking하는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그런 것들은 회사라는 플랫폼에 얹어 볼 수도 있겠죠.^^
늘 감사합니다.

trendon 2006-12-13 15:06:16     답글 삭제
어디선가 줏어들은 내용입니다. 컨텐츠를 담을 하드웨어적인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소프트웨어적인 기술은 컨텐츠는 발전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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