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과장되게 얘기하면 스마트폰으로 인해 전세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한국도 작년말 아이폰 출시로 그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드디어 일반 대중도 스마트폰 구입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KT의 아이폰 출시 전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예상을 했죠.
“성공하면 20만대 정도가 아니겠는가? 외산 기기를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 성향상 그보다 더 안 팔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달 만에 20만대가 팔렸습니다. 저는 한 6개월 정도 되어야 20만대 가까이 팔리지 않을까 예상을 했는데 제 예상이 여지없이 틀렸습니다. 아, 그래서 기쁩니다. ^^
그런 보수적 예상과 별개로 제 마음속 솔직한 바람으로는 아이폰이 성공하기를 기원했으니까요. 제 생각은 이랬습니다.
“아이폰을 계기로 한국에서 스마트폰 트렌드가 시작되지 못하면, 당분간 한국은 스마트폰 암흑기로 접어들 것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 스마트폰 보급이 가장 뒤쳐진 한국 상황에서 아이폰조차 계기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딱히 방법이 없다.”
위의 얘기는 제가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때 몇 번 말했던 내용입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기대 이상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보세요. 한달 사이에 얼마나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는지를. 아이폰의 놀라운 인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소비자들이 얼마나 굶주려(?) 있었던 것일까?”
지금까지 한국의 소비자들은 그 비싼 통신료를 내면서도 철저하게 주체가 아니라 객체였는데, 아이폰을 계기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쯤에서 제가 작년 3월에 ZDNET에 썼던 칼럼을 다시 소개합니다.
[ZDNET] 국내 모바일 산업, 이대로는 안된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칼럼을 쓴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이통사 & 제조사(특히 SKT와 삼성전자)의 힘이 조금씩 약해져 가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물론 여전히 강한 그들이지만요.
현재의 휴대폰 산업은 이통사, 제조사, 플랫폼사(운영체제를 만든 회사)의 삼자가 경쟁과 협조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이 득세하기 이전에는 전세계 모든 나라들에서 이통사의 힘이 가장 강력했습니다. 무소불위의 전횡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죠. 그 다음에 제조사의 힘이 강했고, 플랫폼사는 별다른 영향력을 갖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애플과 RIM이 자사의 하드웨어에 플랫폼을 최적화시킨 아이폰과 블랙베리를 통해 성공을 거두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스마트폰 임팩트가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된 시기를 북미에서 아이폰이 첫 출시된 2007년 6월로 보았을 때, 한국은 2년 반이 늦게 그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록 유행이 늦게 시작되었지만, 한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한번 유행타면 끝장인 나라입니다. All or Nothing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한국에서도 스마트폰 유행이 시작되었고 이제 어느 누구도 그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휴대폰으로 전화만 하던 시절엔 전화가 잘 터지고 외형이 좋은 게 중요했습니다만, 이제 스마트폰은 단지 전화기가 아닙니다.
AdMob이 아이폰 이용자들의 하루 이용시간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하루 80분 정도 앱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것은 전화 이용 시간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영업사원 아닌 다음에야 하루에 전화 통화를 80분 이상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한 달에 200~300분 정도 전화를 이용하니 하루 10분 미만 이용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일반적으로 전화보다 앱이나 웹을 이용하는 시간이 훨씬, 아주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까지 휴대폰은 전화기였고 그 외에 다른 뭔가가 되면 좀 의미는 있다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이제 완전히 상황이 변했습니다.
이제 머지않아 한국의 일반 대중도 폰을 이용해 전화를 하는 시간보다 다른 뭔가를 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질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휴대폰이 전화만 잘 터지면 되지! 난 휴대폰 갖고서 전화 말고는 안 한다고!”
뭐, 그것은 개인의 선택이니 말리지는 않겠습니다만 그런 분은 아주 시대에 뒤쳐지기로 작성하신 분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뱅킹을 하고, 소셜 네트워킹을 하고, TODO 관리를 하고, 버스 도착시간을 확인해서 정류장에 나가고, 바로 주변의 맛집을 찾아가고, 처음 가보는 동네의 최저가 주유소를 찾아가고, 캠핑 가서 밤 하늘의 별을 보며 바로 별 자리를 찾아보고 백과사전의 설명을 확인하고, 공짜로 인터넷 전화를 하고, 동영상을 찍어 그 자리에서 편집까지 하고, 전세계의 인터넷 라디오를 듣고, 피아노도 쳐보고, 타임지를 공짜로 보고 등등을 할 때 자기는 아무 것도 안 하겠다는 뜻이니까요. (이상 적은 것은 제가 실제로 다 하고 있는 것들입니다)
스마트폰에 관심이 없다가도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보면 불안해서 사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유행이란 그런 것입니다. 어느 순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되죠.
어느 순간 일상에서 네이버 없이는 살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듯이, 어느 순간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지금까지 초슈퍼울트라 강자였던 SKT와 KT(LGT는 그다지 언급조차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 그간 3위 사업자인 LGT는 제대로 된 스마트폰을 출시조차 안 한 것인지? 3위 사업자이면서 도전적이지 조차 못하다니...), 그리고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정말 위기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으니까요.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제 IT인력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도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앱), 모바일웹에 대해 점차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각성해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네트워크의 안정성과 하드웨어 디자인에 따라 휴대폰을 구입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때문에 살 것입니다. 물론 아직 일반 소비자들이 그 정도의 각성을 한 상황이 아닙니다만, 곧 그렇게 될 것입니다.
제가 그간 여러 이통사들과 제조사들을 만나왔는데, 제가 소프트웨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면 일부 동의를 하지만 100% 동의를 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태도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 정도까지는..”
그들의 역사와 입장이 있으니 이해를 합니다. 그런데 그런 보수적인 시각이 스스로의 변화를 막고 루저로 이끕니다
소프트웨어(그리고 더불어 서비스와 콘텐츠)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현재 아이폰 이용자들은 하루에 평균 80분 정도 앱을 사용합니다. PC를 하는 대신, TV를 보는 대신,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용자의 시간을 소유하는 업체가 이기는 게임입니다. 하루에 80분 동안은 애플이 이용자를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을 통해 애플은 매일매일 큰 돈을 벌고 있습니다.
참고로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들도 아이폰 이용자들과 비슷한 사용 시간을 보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물론 다른 스마트폰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칩니다. 이는 결국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많고(일단 많아야 다양한 사용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질적으로 좋고, 또 계속 나오는가와 연관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그에 따라 이용시간이 달라집니다. 그리고 앞으로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은 점점 더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PC를 이용하는 시간을, TV를 이용하는 시간을, 스마트폰이 계속 잠식해나갈 것입니다.
그렇다면 SKT는, KT는, 하루에 이용자의 시간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얼마나 돈을 벌고 있습니까? 삼성전자, LG전자는요? 앞으로는 어떻게 이용자의 시간을 소유할 것입니까? 그럴 의지가 있는 걸까요? 아닐까요?
만일 이용자들의 시간을 소유하고 싶다면, 애정을 쟁취하고 싶다면(애플이나 구글처럼 말이죠), 돈을 벌고 싶다면, 그 숙제를 풀어야죠. 그게 아니면 이통사들은 그저 열심히 통신 네트워크만 싸고 빠르고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제조사들 또한 싸고 튼튼하고 디자인 좋은 폰 열심히 만들어 파는 본업에 충실해야죠.
특히 SKT, KT가 앱스토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현재와 같은 어정쩡한 그리고 딱히 장점이 없는 앱스토어로는 전혀 경쟁력이 없을 겁니다. 아이폰은 애플이 다 하고 있고, 결국 윈도모바일 아니면 안드로이드인데 이용자 입장에서는 플랫폼사의 마켓(즉 윈도모바일마켓, 안드로이드마켓)을 이용하지 이통사의 마켓을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찾고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의 모습을 보면 딱히 그런 고민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대부분의 수익은, 그리고 이용자들의 관심과 애정은, 애플과 구글같은 업체들이 다 가져가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이통사, 제조사 모두 대충해서는 가질 수 없는 시장입니다. 기존의 방식으로, 기존의 인력들로, 적당히 TFT 만들어서, 소프트웨어를 모르는 임원들로, 대기업의 나쁜 점과 벤처 기업의 나쁜 점을 가진 이상한 조직 만들어서, 절대 가질 수 없는 시장입니다.
그렇다면 소프트웨어에서 어떻게 승리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 다음에 애기할 주제인데, 한국 시장이 워낙 소프트웨어와 절친하지 못한 시장인지라 할 얘기가 참 많습니다. 이것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겠습니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좀 뜬금없는 표현입니다만) 소프트웨어 만세입니다. 제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지 않은 지 좀 됐습니다만, 이는 20년 동안 프로그래밍을 한 개발자 출신인 제가 가지는 솔직한 감정의 표현입니다. 편하게 쓴 글이니 이런 감정의 표현을 이해해 주세요.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프트웨어가 진리이고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 다시금 도래하고 있어서 참 기쁩니다.
끝으로 제가 재작년 8월에 쓴 칼럼을 다시 소개합니다. 지금 보니 너무 빨리 글을 썼네요. 이제야 한국에서도 그 시기가 왔으니까요.
[ZDNET]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과 개발자들에 읍소하는 기업들
PS: 1월 14일
스마트폰 토론회에 오시는 분들, 좋은 질문 많이 해주시고 곧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