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vs 포털, 누적된 정서적 충돌

안녕하세요. 근 1년만에 스플에서 글을 쓰는군요. 그동안 활동이 미진했던 점 스플 멤버들과 독자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

오늘 드릴 말씀은 사뭇 심각한 이야기입니다. 기술업계와 신문 미디어 업계의 뚜렷한 시각 차이로 비롯된 문제가 10여 년 동안 얼마나 심각한 사태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겠습니다.

먼저 지난 주 있었던 두 가지 소식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네이버 뉴스개편' 언론사 마찰[한겨레]
신문협 "포털, 뉴스편집 금지해야"[기자협회보]

언뜻 다른 듯 같아 보이는 현상입니다. 언론사와 포털의 대결 구도야 지난 3, 4년 동안 지속되어 왔던 일이고 새삼스러워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서로 이제는 지쳐가는 모습이 역력하고 이제는 상대방에 대한 불신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먼저 네이버 메인 개편이 오픈 캐스트와 뉴스 캐스트를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뉴스 캐스트에 들어가야 할 14개 언론사가 누구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온라인신문협회에서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언론사 줄세우기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이야기이며 이는 다분히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표현입니다. 더구나 현재도 포털에서 들어오는 트래픽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과연 이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뉴스 캐스트 제도에 편입될 경우 더 심각한 포털 의존성에 허우적 거릴 것이란 부담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로서는 황당할 따름이지요. 아예 트래픽 트래픽 목소리 높여 이야기할 때부터 어떻게 하면 언론사들에게 미움을 덜 받을까 고민하면서 나온 안이 오히려 더 큰 반발을 불러왔으니 말이죠.

다른 한 편으로는 '기사 내 광고' 서비스에 대한 신문협회 결의와 실행이 12월 초부터 있었죠. 하지만 신문협회 측에서는 '거부를 당했으며', 포털 쪽에서는 '준비가 미흡해' 이 신문협회 측의 '기사 내 광고'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립니다.


상호 신뢰 부족과 동업자 눈치 보기

조금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언론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곳이 사실은 포털이죠. 최휘영 NHN 사장은 물론 석종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 역시 언론사 출신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언론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 두분의 역할에 신문사들이 크게 기대했었죠.

처음에는 포털과 언론사들이 기사 공급을 하니 마니로 실랑이를 벌일 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거래 관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론사에게 네이버가 아웃링크를 주기 시작한 시점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네이버는 물론 다음 역시 기사 내에서 각종 링크를 통해 아웃링크를 주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의 아웃링크 제도는 상생처럼 보였지만 이를 악용하는 언론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이른 바 '어뷰징'이었죠.

초기 기가 막힌 어뷰징 사례는 이곳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지금이라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아웃링크를 노린 인터넷 뉴스부나 디지털뉴스팀 등의 기성 언론사의 온라인 팀 꾸리기가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유연했던 인터넷 신문들 역시 포털 유입에 의한 트래픽 의존도가 높아지니 좀더 자극적이고 충분하지 못한 취재의 기사가 연일 포털로 대량 송고되기에 이릅니다.

여기에 다른 곳이 어뷰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얌전히 젊잔 빼고 있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라는 정서가 언론사닷컴들 사이에서 퍼집니다. 자, 이렇게 되니 당연히 '포털이 좋아할만한 기사'를 뿜어내고 있는 언론사와 '신뢰가 부족한 어뷰징 기사는 솎아내겠다'는 포털 편집진 사이의 실랑이가 펼쳐지는 진풍경이 벌어지게 됩니다. 누가 언론이고 누가 사기업일까요?

그러면서 기가 막힌 상황이 한 번 더 벌어집니다. 바로 네이버의 언론사 아카이빙 사업과 5년 독점권 논란이 그것입니다. 이 사업은 철저하게 언론사들들 사이의 동업자간 신뢰를 무너뜨린 사례로 기억될만 합니다. 한겨레,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경향신문 등이 과거 기사 아카이브 사업을 네이버에 넘기게 됩니다. 무려 수백억의 비용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다시 한 번 네이버의 힘을 과시하는 모양새로 언론사에게 비쳐졌고 언론사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사례가 되어버립니다.

이후 네이버와 신문사 사이의 문제가 올해 초에 있었던 광우병 반대 촛불집회를 계기로 다음과 조중동, 이른 바 보수 신문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되고 조선, 중앙, 동아, 문화, 매경, 한경이 다음에서 빠져버리게 됩니다. 다음도 당황했고 다른 포털은 물론 신문사 자회사인 신문사닷컴도 당황한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서 언론사와 포털은 본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오해가 겹겹이 쌓이고 있습니다. 신문사들은 신문사들 내부에서 각종 이해관계가 정리되지 않고 비선에서 포털과 거래를 시도하고 있고 포털은 포털대로 신문사들의 감정을 자꾸 건드리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 야후, 파란, 네이트 등 뉴스 담당자들도 이제는 자신들의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거 같습니다.

원래부터 이 문제는 정치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안개 속 미디어 시장, 핵심은 정서적 괴리감
신문사들은 이제 저작권 위반 등을 이유로 포털을 압박하고 정치권에 신문법 개정과 새로운 포털 관계법 정리를 통해 포털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응원 요청을 해놓고 있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서비스 경쟁을 하기보다 법과 정치적 해법을 통해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심산입니다.

반대로 포털이라고 속이 편하지 않습니다. 공공연하게 내년도 사업계획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위험한 상황에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면서 욕은 욕대로 들어먹고 있고 수익에서 그다지 도움도 되지 않는 뉴스 서비스 '처리'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스 공급 계약을 끝내면 이를 다시 정치적인 의도로 받아들이는 언론사들이 생길 것이 뻔하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중간에 끼여 있는 신문사닷컴들의 사정은 더 딱합니다. 본지에서는 흥분해서 포털과의 거래 관계에 손을 대려고 하는데 광고 이외의 주요한 수익원인 포털 콘텐츠 공급 단가가 오히려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자신들의 존립기반이 위태로울 수 있는 '신문사 공동 포털' 기획이 조만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경우 이래저래 골치 아픈 일만 떠 안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내년 미디어 시장은 5throck님이 지적하셨듯이 폭발력이 강한 다양한 변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정서'의 차이입니다. 포털은 '이 정도면'이라고 생각하고 언론사를 대하고 언론사는 '이 정도는 되어야' 하면서 포털을 대합니다. 사실상 그 정서적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유래없이 정치적으로 뭉치기 힘든 언론사들을 뭉치게 할 만큼 포털의 위세가 너무 커져버렸죠.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런 포털의 영향력은 애초에 의도에 따른 작업으로 나온 결과물이 아니어서 포털 입장에서는 더 당황스러운 것입니다.

처음에 눈이 맞아서 서로 좋아하다가 엇갈리는 운명의 장난으로 헤어져버린 짝궁 처럼, 포털 사업자들과 언론사들은 이제 다시 재결합을 원하지 않습니다. 산업은 융합되고 있으나 정서적 세력 충돌은 그 몸집만큼이나 더 커져가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정서적 교감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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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b 2008-12-08 11:24:29     답글 삭제
아래 기사도 한번 읽어보세요

"네이버 ‘뉴스캐스트’ 논란의 진실"
http://column.inews24.com/php/news_view.php?g_serial=377404&g_menu=043101
그만 2008-12-09 09:25:00     삭제
네, 잘 봤습니다. 다 맞는 말이네요. ^^

계속 2008-12-08 15:39:44     답글 삭제
정서적 교감은 너무 낭만적인 이야기이군요. 결국 기득권 싸움 아닌가요? 포털 입장에서 뉴스가 수익도 별로 나지 않는 불필요한 짐이라면 벗어버리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절대 그렇게 할 리는 없죠.대다수 포털 사용자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잖습니까.
그리고 언론은 피해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이 재주부리는 곰이고 포털을 왕서방쯤으로 생각하는 것이죠. 찌질하게도 언론이 그간 인터넷 바닥에서 제대로 한 것은 거의 없지만 주류 플랫폼이 이미 바뀐 마당에 거기에서 소비되는 자신의 콘텐트에 대해 권리를 보유할 수는 있는 것이지요. 물론 그 마저도 그만그만한 품질이라 문제이긴 하지만. 어뷰징 운운은 핵심이 아닌 것 같아요. 결국 중간에 말씀하셨지만 '원래부터 정치적인 문제'이고, 언론도 포탈도 이를 양보하지 못하는 것이죠.그리고 솔직히 네이버가 언론사 사정 봐주었다는 이야기는 많이 미화된 이야기 같군요. 눈치야 봤겠지만.
그만 2008-12-09 09:26:07     삭제
대결양상으로 진입해봤자 누구는 피를 보고야 마는 치킨게임이 되는 것이겠죠. 치킨게임이 되어가는 것에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조금 부드럽게 표현했습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떡이떡이 2008-12-08 15:39:54     답글 삭제
도대체 '정서적 교감' 이란게 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그만 2008-12-09 09:27:32     삭제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자세겠죠. 상호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도와주거나 협력하기 위한 제안이 더 중요한 시점인데 상호 지레짐작만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만한 마음의 여유들이 사라진 상황이니까요. 떡이떡이님 감사~ ^^

하민혁 2008-12-08 16:01:22     답글 삭제
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뭔가 한마디 해봤으면 하는데 그게 마음만 있지 돌아서면 또 일상에 묻혀 그냥 유야무야되곤 하는데요 그만님의 글을 볼 때마다 그런 마음을 다시한번 되잡아먹게 되곤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만님의 글을 더 자주 보면 언젠가는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
오늘도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만 2008-12-09 09:28:35     삭제
한 번 질러주세요~ 아마 많은 네티즌들은 언론사들의 횡포라고 생각할 거 같습니다, 또는 반대로 포털 역시 강자니까 제멋대로인 것 처럼 비쳐지기도 하죠. 문제는 서로를 삿대질하고 있는 양상이겠죠.

단군 2008-12-08 20:27:01     답글 삭제
이제야 터지는군요...언젠가는 터지리라는 예상은 했었으나 예상밖으로 조금 늦은감도 있고...전통 언론사들은 그 전부터 서둘러서 웹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자진해서 격어왔어야했는데 작금에 와서 법의 보호아래 자신들의 밥 그릇을 챙기려는 수작이 상당히 보기좋지 않습니다...왜그랬을까하는 질문은 자문해 보지만서도 딲히 해답이 없습니다...평생 종이 신문으로만 남으려고 했었는지, 원...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접히고 구부러지는 OELCD가 나오면 참 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정서적 괴리감"...그렇지요, "얼마냐" 하는 문제에서 쌍방간에 의견의 차이를 보이면서 삐그덕 거리고 있는게지요...제 생각으로는 어차피 포털의 완방으로 끝나겠지만서도 말입니다, 아니면 "다음" 처럼 자체 블로거 뉴스 프래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방법이 차선책이자 최선의 선택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문제의 핵심은 말이지요, 그 뉴스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의 변화를 적시에 수용해서 자사의 미래 성장력의 발판으로 개발시키지 못한 언론사들의 책임이 크지요...그들로써는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만 2008-12-09 09:30:50     삭제
네.. 핵심이죠. 도대체 얼마냐, 얼마면 되겠니? 하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냉혹한 생존 게임에서 적에게 손을 내미는 행위 같은 것은 이젠 아름다와 보이지 않게 될까봐 걱정이네요. 미디어 산업은 늘 충돌 속에서 성장해 온 것도 맞으니까요. 차라리 문제가 크게 불거져서 어정쩡한 이런 상황이 조금씩 정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라오니즈 2008-12-09 11:19:20     답글 삭제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야할꺼 같군요. 네이버도 그렇고, 언론사도 그렇고 서로에게 큰 이득을 줄 수 있는 관계인데.. 너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까는 모습 과히 보기좋지않습니다. 저는 언론사가 더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요. 네이버의 뉴스정책이 이렇다 저렇다.. 다 맘에 안들꺼 같으면 그냥 신문포털을 따로 만드는게 나을꺼 같습니다. 아니면 독자적인 사이트로 네티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던지 해야하는데.. 시누이도 아니고 괜시리 트집만 잡는 형국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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