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야후, 늑대와 동거를 택하다

올 한 해 야후는 끊임 없이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난 6월에 MS와의 인수 교섭이 최종적으로 결렬된 후에도 잠잠해 지지가 않는 군요. 최근의 야후를 둘러 싼 일련의 사건들을 한 번 살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몇 일간은 아주 숨가쁘게 변화해 가고 있으니까요.
 
아시다시피 MS는 올해 초에 야후를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했습니다. 팽팽한 줄타기를 계속하다가 결국 MS가 제시한 주당 33달러와 야후가 요구하는 주당 37달러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6월 12일 공식적으로 협상이 결렬되었죠.
 
그러자 칼 아이칸이라는 사람이 발끈하고 일어납니다. 칼 아이칸은 자산이 14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자이고 무자비한 기업 사냥꾼으로도 유명한 인물이죠.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세계에서 46번째로 부유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진 : 칼 아이칸, 출처 :아이칸 리포트 ]
 
아이칸과 MS는 동맹을 맺고 7월 11일에 야후의 검색 부문에 대한 새로운 인수 제안을 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야후는 그 제안을 거부하죠. 그런데 재미 있는 것은, 이번에는 야후가 반대로 MS에게 주당 33달러로 야후 전체를 사거나, 검색 부문에 대한 인수 제안을 더 협상하자고 역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역 제안은 MS에 의해 거부됩니다. [출처 : MS의 검색사업 인수 제안에 대한 거부 보도자료]. 

문제는 이 역제안이 사실상 야후가 이전에 거부한 안이었다는 것이죠. “검색만 사지 마시고 우리꺼 전부를 예전에 말씀하신 33달러에 사주시면 안되겠어요?”라고 부탁했다가 퇴짜 당한 꼴이 됩니다. 물론 MS 입장에서야 야후 이사회를 협상에서 경험해 보니 통째로 야후를 사는 건 미친 짓이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자, MS의 야후 인수 제안 초기부터 이 거래에 적극적이었던 아이칸은 완전히 열을 받아 버립니다. 7월 14일에 아이칸은 야후의 주주들에게 오픈 레터를 발표했는데, "지금까지 야후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마음대로 생략하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며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요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처 : 아이칸의 보도자료]
 
   
  1. 야후는 12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MS의 제안을 결정할 시간이 24시간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어느 정도 연기하는 것에 기꺼이 동의할 의향이 있었음을 밝히지 않았다.
 
2. 또한 야후는 MS가 야후의 검색 부분을 인수한 후, 야후의 콘텐츠 페이지에서 발생하는 검색에 대해 비용을 지불할 것을 보증했지만 이 말을 생략해 버렸다. 이 계약이 성사되었을 경우 야후는 매년 최소 23억 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발머는 또한 이 거래에 77억 달러 (검색 인수 1억 달러, 28억 달러의 대출, 39억 달러의 야후 주주에 대한 주식 공개 매수)의 비용을 지불할 것에 동의했다. 애초에 이런 보증을 MS는 원하지 않았지만 내가 스티브 발머와 협상을 했고, 발머가 이러한 보증에 동의했다. 하지만 야후는 마음대로 이 내용을 생략해 버렸다.
 
3. 야후는 계약 조건이 현재의 이사회와 최고 경영진을 즉각 교체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지만, 일부 이사진과 제리양을 야후의 Chief로 유지하는 것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4. 야후는 MS의 제안이 야후를 통째로 팔아 넘기는 전조라고 이야기 했지만, 그 건은 이미 물 건너 갔으며 MS는 현재의 이사진이 감독하고 있는 야후 전체를 살 생각이 없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다.
 
5. 야후는 MS와 아이칸의 동맹은 야후 주주의 이익 이외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내가 MS의 편이라는 것을 암시했지만 이것은 명백하게 말이 안 되는 것이다. 야후가 MS와의 계약을 성취하는 데에 실패했고, 이 계약이 야후 주주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이 계약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했다. 나의 펀드와 회원들은 7천만 주 (약 5%)의 야후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MS와 구글 주식은 가지고 있지 않다. 반면에 제리 양을 제외한 이사진은 그들이 임명될 때 받은 야후 주식 외에는 가지고 있는 것이 없다.
 
   

아이칸은 이러한 사례들을 들면서 현재 야후는 벼랑 끝에 서 있으며, 이사진은 회사가 고꾸라질 위험을 감수하려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주주들에게 정말 이러한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고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칸은 8월 1일에 있을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교체해 버리겠다며 위임장을 받기 시작하죠. 힘의 대결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 제리 양을 지지하는 쪽도 가만히 있지는 않습니다. 야후 주식의 4.4%를 가진 Legg Mason Capital Management가 현 이사회를 지지한다고 발표하고, 제리양은 이에 고무되어 자축하는 비디오를 내부 인트라넷에 올렸습니다. [출처 : Silicon Alley Insider ]

                    [사진 : Bill Miller, CEO of Legg Mason Capital Management]
 
그리고 21일 (현지 시각) 아이칸과 야후 이사진은 합의를 하게 됩니다. 조금은 허무하게 싸움이 끝나는데요. 아이칸이 야후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포기하는 대신에, 아이칸과 그가 추천한 인사 중 두 명을 야후 이사회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합니다. 기존 9명의 이사회를 11명으로 늘리고, 한 명이 퇴임한 후 아이칸을 포함한 세 명을 받아 들인 것이죠. [출처 : 합의에 대한 야후 보도자료 ]
 
이제 당분간은 평화가 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완전한 평화는 아니죠. 여전히 아이칸은 매각이 이익이 된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잠시의 휴전이라고나 할까요? 야후의 현 이사회로서는 늑대를 집 안에 불러 들인 꼴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군요.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서 아이칸은 야후에 대한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자리를 포함해서 세 명의 이사회 자리를 얻었으니 말이죠. 야후의 현 이사회도 당분간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한 명(Robert Kotick)은 사퇴해야 했지만 말이죠. 그래도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CEO로 일하고 있으니 별로 아쉬울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8천 7백만 달러 가치의 스톡 옵션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죠.
 
MS는 닭 쫓던 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만, 다음 기회를 기대해 볼 만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아이칸이 MS를 이용해서 자기 영향력을 챙겼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MS와 아이칸이 또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의미하는 것을 정리해 볼까요?
1. 제리 양과 야후는 MS와의 협상에서 삽질을 상당히 했다. 6월에 거부했던 인수 금액을 7월에는 자신들이 제안해야 했다는 점 하나만 봐도 명백하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후의 현 이사진을 지지하는 층이 만만치 않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칸이 합의할 필요가 없었다.
3. MS 역시 그다지 현명하진 못 했다. 아이칸에게 휘둘린 꼴이 되어 버렸다. 물론 주총에서의 대결이 쉽지 않아 보여 한 발 물러난 것일 수도 있지만.
4. 야후는 미국 현지 주주들의 평온함을 찾기 위해 아시아의 자산을 매각할 계획을 밝혔다. 그럼 이제 한국 야후는 어떻게 될까?
 
인터넷 붐을 일으킨 업체이자, 한 때 최강의 포털로 군림했던 야후가 이런 처지에 놓일 것을 과거의 누가 상상했을까요? 어쨌거나 앞으로도 야후는 누군가에게 인수되기 전까지는 꾸준히 가십거리를 제공해 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대적 혁신으로 또 한번 기세를 올리는 상황이 되어 보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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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lwh's me2DAY 2008-07-22 15:51:58
im@gine의 생각
구글에 밀리면서 급속히 사양길(?)로 접어든 야후와 제리양에 관한 많은 나쁜 이야기들속에서 드디어 풍전등화와 같은 야후코리아의 운명을 점칠 수 있는 이야기가 들린다.

Channy 2008-07-22 15:28:46     답글 삭제
네이버가 오버추어를 계속 선택하는 한 야후 코리아가 매각 되는 일은 없을 듯. 하지만, 모르죠. 네이버가 야후!코리아를 사주고 오버추어 코리아 지분 일부를 갖게 될지도...
앤디 2008-07-23 10:28:26     삭제
오버추어 코리아와 야후 코리아는 지금 조직이 좀 섞여 있기는 하지만, 두 회사 간에 지분 관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다 미국 야후의 결정에 따르게 되는 것이죠. 오버추어야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으니 건드리지 않겠지요. 야후 코리아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스핀오프를 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 말이죠.

redface 2008-07-22 19:42:19     답글 삭제
아시아의 자산 매각이라는게 100% 경영권을 안가지고 있는 야후 재팬등의 지분을 팔고 100%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야후코리아는 안판다는 얘기도 있던데 이것 또한 불분명하니...
앤디 2008-07-23 10:30:47     삭제
기다려 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 제리 양과 기존 이사진은 어떻게든 주주들을 달래야 자신들의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미 발표한 내용을 최소한 지키는 척이라도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 행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지켜 보죠. ^^

아톰 2008-07-31 01:26:24     답글 삭제
난 벌써 같은 회사로 예전에 합병한줄 알았엇 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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