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인수한다고? 글쎄..

최근 모토로라가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면서 휴대폰 사업 부문을 매각하거나 분사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가 소란스러워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는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도 있군요.
 
파이낸셜뉴스의기사를 보면 삼성전자가 모토로라를 인수하게 되면 노키아를 추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 점유율은 노키아가 40%, 삼성전자가 14.4%, 모토로라가 14%의 순입니다.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의 휴대폰 부문을 흡수하게 된다면 28.4%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게 되므로 추격자와는 확실한 격차를, 그리고 노키아와는 한 번 겨뤄 볼 만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림 1 : 작년에 삼성은 모토로라를 제치고 2위가 되었습니다. 출처 : Gizmodo ]
 
하지만 이 것은 그저 수치만 가지고 하는 이야기일 뿐이고, 제 개인적으로는 삼성전자가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M&A는 1+1하면 2가 되는 산수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완전하게 다른 업무 진행 방식과 문화를 하나로 묶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다고 인수만 하고 내버려 둘 수도 없죠. 그렇게 방치한다면 마냥 추락할 테니까 말이죠.
 
제 경우 휴대폰 업계에 있는 지인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모토로라와 삼성에 근무하는 지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의 이야기를 되살려 보면 양 사의 문화 차이는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토로라의 경우 협력 업체로 등록하는 데에만 1년 가량이 걸릴 정도로 어떤 면에서는 매우 느리지만, 철저하게 시스템 적으로 관리되는 면이 강합니다. 또한 SW/HW/디자인의 각 파트가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한 쪽에서 NO하면 작업이 중단되어 버립니다. 위임은 잘 되어 있지만 그로 인한 시간 지연이 큰 편이라고 하더군요. 반면에 삼성의 경우 빠른 개발 속도와 내부적인 경쟁체제를 특징으로 합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디자인 쪽이 매우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어떠한 방식이든 장/단점이 있는 법입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게다가 삼성은 기업 인수에 대한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1996년에 있었던 AST Research의 인수이죠. 그 당시 꽤 유명했던 컴퓨터 제조 업체를 한국 기업이 인수하면서 상당한 이슈가 되었습니다만 결국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 결과 상당한 비용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그리고 그 사건은 삼성에 ‘트라우마’로서 작용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게 타 기업을 인수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림 2 : 91년에는 Fortune 500대 기업에도 들었던 AST의 로고]
 
마지막으로 최근의 정치적 상황이 큰 비용을 들여 새로운 무언가를 추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여러 조사와 사건이 계속되어 처리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상당한 수준의 결단을 필요로 하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기업의 총수가 조사 대상이 될 지도 모르는 판에 큰 일을 저지르기는 어려운 것이죠.
 
정리하자면 삼성전자의 모토로라 사업부 인수는 1. 문화의 차이, 2. 큰 실패 경험, 3. 정황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실현되기는 어렵습니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사된다면, 그 때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눈으로 삼성을 주시해야 하겠지요.
 
사실 이번의 경우는 앞서 이야기한 이유들 때문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M&A에 상당히 인색한 것이 사실입니다. 새로운 분야에 빠르게 진입하고 경험을 가진 열정적인 인력을 가장 확실하게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활성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일부 예외적인 케이스는 있습니다만).
 
삼성전자는 과연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키아를 따라 잡기 위한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러지 못 한다면 누가 이 대어를 낚아 단숨에 2위 자리를 챙기게 될까요? 여러 모로 다이나믹하게 변화하고 주시할 것이 많은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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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모바일 뉴스 2008-02-05 15:47:15     답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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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환 2008-02-05 18:36:44     답글 삭제
제가 삼성전자와 일해본 경험으로는 모토로라와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IT업계는 M&A가 대세인데, 과연 삼성이 이런 Globalization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최근의 폐쇄적이며 로열패밀리주의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앤디 2008-02-08 22:07:49     삭제
그 부분이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큰 숙제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현재의 문화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햐!~ 2008-02-06 15:04:07     답글 삭제
얼마전에 그 트라우마를 깨고, 이스라엘 업체를 인수 했었기에,
모토로라도 인수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 됩니다.
그러나 굳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필요가 있을까요?
아마 모토로라의 매각이 결정되고, 그렇다면 인수할 업체들중에 가장 경쟁되고 있는 삼성전자가 언급 된것 같습니다만,
대만이나 중국에 넘어 가지 않을까요...?
앤디 2008-02-08 22:16:53     삭제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 얼마전 인수한 트랜스칩의 경우 70명 정도의 작은 조직입니다. 그러므로 아마 인수해 두고, 내버려 두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성과가 나오면 취하고, 아니면 마는 수준의 관리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소요 비용, 실패시 리스크가 그다지 큰 편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모토로라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그렇게 처리하기에는 너무 덩치도 크고, 실패했을 경우의 리스크가 크니 말이죠. 근데 정말 인수할 필요가 있겠느냐라는 질문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순위나 점유율은 포기하고 내실을 다지자고 한다면 그럴 필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무시하기도 쉽지는 않은 것이, 규모의 경제라는 것을 무시할 수도 없거니와 현재는 상태가 안 좋습니다만 그 동안 모토로라가 이루어 둔 모든 기술적 자산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 말입니다. 특히 GSM 쪽 플랫폼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어쨌거나 어떠한 결론이 내려지든 휴대폰 사업 분야에 큰 파장을 가져 올 것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도록 하지요. ^^

수다 2008-02-11 09:06:30     답글 삭제
삼성 정도의 재벌기업이, 특히나 해외 유력 기업에 대한, M&A에 관심이 적은 이유는, 대형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면서 지분 관계에 변화가 오면 오너의 기업지배 구조에 별로 도움 될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앤디 2008-02-13 12:13:22     삭제
좋은 피드백 감사합니다. 그런 이유도 있을 수 있겠군요. 얼마전 MS가 야후에 대한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한국적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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