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정부 규제의 틀 안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기술은 너무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기 때문에, 때로는 제도나 환경이 따라 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IT 업계에서 큰 화두이면서도, 도무지 진전을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IPTV이지요. IPTV라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기 시작한지 이미 몇 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제대로 서비스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으며, 하나TV같은 VOD 성격의 Pre-IPTV 정도가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 근본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가져 온 영역간의 컨버전스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도메인의 사업들이 디지털 기술에 힘입어 영역을 서로 확장하면서, 서로 비슷해져 가고 있는 것이죠. 그 결과 서로의 기존 관점과 이해 관계의 충돌이 생기고 있는 것이죠.
 
몇 가지 충돌을 예로 들어 보죠. 현재의 경우 가장 크게 대립하는 주체는 케이블 방송 사업자와 통신 사업자의 대립입니다.
 
KT와 하나로 같은 대형 통신 사업자가 IPTV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케이블 방송 사업자의 우려가 큰 것이죠. 전체 케이블 사업자 매출의 합이 KT 매출의 10% 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분명히 이유가 있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통신 사업자 역시 정체에 다다른 인터넷 서비스 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 방송 서비스로 진입이 필요한 것이죠.
 
게다가 네트워크 기반의 사업자와 콘텐츠 기반의 사업자 역시 대립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가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 시장에서 경험한 것과 같이, 폐쇄적 네트워크로 지배적 영향력을 가지려는 네트워크 기반의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이 경우 컨텐츠 제공을 중심으로 하는 업체와의 충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방송사와의 협력 문제 역시 간단치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잠시 뒤로 하고 생각해 보죠. 통신 사업자나 방송 사업자나 결국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서비스의 모습은 동일합니다. 세부적인 사항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사용자의 입장에서 명백하게 차이를 느낄만한 부분은 없습니다.
 
최종적인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 될 때까지 어려운 과정을 거칠 것이고, 최종적으로 어떤 플레이어가 승자가 될 지는 알 수 없겠지만, 최종적인 모습은 이미 비슷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오히려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정부 부처의 규제이죠. 방송사들은 방송법에 근거하여 규제를 받고 있고, 통신 사업자들은 전기통신법에 근거하여 규제를 받고 있는데 이 둘이 겹치면서 혼돈이 생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부처간의 주도권 싸움이 나타납니다.
 
또한 두 법안 모두 과거의 인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컨버전스가 일상화 된 현재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틀을 만들어 두고, 그 틀 안에서 업체들의 합의를 중시하는 정부 부처의 특성 역시 문제를 어렵게 만듭니다. 기본적으로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합의를 끝낼 때까지 규제를 풀거나 법안을 상정하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규제와 시장에 대한 통제가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서는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 부처가 그렇게 중시하는 업체들간의 합의, 그 곳에는 사용자의 이익이라는 관점은 존재하질 않습니다.
 
정부의 규제와 기업들의 폐쇄적인 이익에 대한 추구가 결합된 결과를 우리는 이미 많이 경험해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인 것이죠.
 
한국에서 IPTV는 시기를 놓치거나 그들만의 이익을 보장하는 리그가 되고 말 것인지, 아니면 CDMA의 도입을 통해 거두었던 엄청난 성공을 다시 한 번 재현 할 수 있을 것인지 지켜 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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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휘 2007-06-07 09:28:39     답글 삭제
지금까지 대부분 국가 정책이라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불신을 느껴왔었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언급된 글은 저에게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스마트한 평론 잘 읽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이용하거나 해체시키는 자에게 성공이야기가 돌아가겠군요.
앤디 2007-06-07 13:30:02     삭제
긍정적인 피드백 감사 드립니다. 사실 이러한 규제의 메커니즘은 기업들의 이해관계와 잘 맞물려 있기 때문에,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기업들은 최소한의 '몫'을 보장 받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그 몫을 더 많이 가지고자 하는 싸움 때문에 지금처럼 진도가 지지부진한 것이죠. 이러한 메커니즘의 해체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대외적인 힘에 의해 깨어지기 전에는 말이죠.

nopress 2007-06-08 14:44:44     답글 삭제
업체들이 IPTV를 황금알을 낳는거위로 인식하고 있다면 당연히 선점을 통한 독점을 위하여 과당 경쟁을 마다하지 않을것이고 여기에 적절한 게임의 룰이 없다면 그 비용은 향후 소비자에게 가겠지요. 무조건 정책적인 개입의 제거가 만병통치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봅니다. '부처간의 주도권 싸움'이라는 선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방송법과 전기통신법의 어느 조항들이 충돌을 하게 되며 이에 대한 부처간의 입장등이 서술되었다면 더 좋은 글이 될듯하네요.
앤디 2007-06-08 17:56:03     삭제
피드백 감사합니다. 사실 IPTV에는 정부 규제 외에도 수 많은 다른 문제점들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제 경험상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죠.
말씀하신 것과 같은 법안의 세부 조항에 대한 부분은 추후 다른 글에서 다뤄 보겠습니다. 융추위의 활동 및 최근 몇몇 의원들의 제안 등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쉽게 풀어 놓기가 어렵군요.

인디언 2007-06-08 23:33:08     답글 삭제
어찌보면 지금의 IPTV 관련 정부 규제에 대한 비판들이 오히려 통신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 언론에서 IPTV가 되지 않아 소비자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무엇이 얼마나 손해를 보는지 불분명한 것 같습니다. IPTV가 어느정도 활성화된 이탈리아나 홍콩에서는 지상파나 CATV라는 대체물이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충분히 CATV와 위성, 지상파를 통해 방송 서비스에 대한 Needs가 충족되고 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앤디 2007-06-12 10:57:20     삭제
답글이 늦어져 죄송합니다. 우선 말씀하신 부분은 아주 좋은 지적이십니다. 홍콩과 이탈리아같은 경우는 기존 유료 방송 이용인구가 매우 적었고, 국내는 현재 매우 높은 수준(85%)이죠. 그러므로 방송의 대체제라는 관점에서 한국 상황을 홍콩이나 이탈리아와 직접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규제로 인한 사용자 피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런 관점입니다. IPTV란 현재까지 개발 된 IT기술이 총체적으로 통합 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또한 굉장히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 가능성도 많이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야를 많은 규제로 묶었을 때, 다양한 플레이어가 경쟁할 기회가 사라지고 이로 인해 사용자가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예를 들자면, 한국 역시 휴대폰 보급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이지만 스마트 폰 보급율은 훨씬 낮고, 비즈니스 관련 서비스도 매우 빈약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저는 정책적인 규제와 망 보유자의 폐쇄성이 맞물려 새로운 플레이어가 경쟁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IPTV 역시 제한 된 몇몇의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며, 그렇게 될 경우 다양한 가능성들을 파묻어 버리는 결과가 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김민수 2007-06-09 03:52:47     답글 삭제
기존 구세대 미디어기득권이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저항이죠 뭐. IPTV가 기존 단방향 공중파 TV를 대체할거란건 분명한 사실이기에 그렇게 되면 지금의 공중파방송사들은 그간 누린 엄청난 광고매체로서의 위치와 수익이 사라지게 되니.. 어떻게든지 막거나 유리한쪽으로 법을 제정해야지요.. 구글과 같이 국내에서도 NHN이 그런 미디어 그룹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럼 결국 NHN 밑으로 네이버에 MBC, KBS가 콘텐츠 제작 하청업체로 전락할수도 있다는 지금은 전혀 상상못할 미래가..
앤디 2007-06-12 11:05:54     삭제
말씀하신 것처럼 다양한 이해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컨텐츠 생산자, 전송 사업자, 네트워크 사업자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서로 다른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싸우고 있는 상황이죠.

말씀하신 것과 같은 상황은 현재로서는 방송사의 컨텐츠 공급자로서의 위치가 너무 강해서 상상하기 어렵긴 합니다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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